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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24 18:18
한국인의 자살과 자살의 신경생리학
 글쓴이 : 현클리닉
조회 : 6,405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망원인 1위 역시 자살이다.
웬일인지 11월 들어서는 자살보도가 더 잦아진 것 같다. ...자살은 너무 큰 손실이고 상처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스트레스’와 비례하고  ‘사회적 지지’ 와 반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유독 높다고 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스트레스관리 능력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관리 능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개인과 사회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미비하고 국가의 스트레스관리시스템역시 산만하고 산발적이다. 자살은 스트레스가 부적절한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생리 현상이다. 효율적인 자살 예방 을 위하여 자살의 신경생리에 대한 이해와 이에 영향을 미칠만한 우리 사회의 집단 스트레스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살의 신경생리 지표로 대표적인 것은 부신자극호르몬유리인자(이하 CRF, corticotropin releasing factor)이다.
이 CRF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며 그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충동성, 격한 감정, 부정적인 생각 등 자살과 관련되는 행동을 유발한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의 경우 뇌의 CRF 농도는 높고 CRF가 결합하는 수용체 수는 줄어든다. (이는 CRF 과잉에 따른 적응 방식으로 이해된다). 특히 자살한 환자의 경우 불안, 초조, 격한 감정, 충동성 등과 관련되는 CRF1형수용체에서 그러한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CRF1형수용체의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을 경우 자살 시도를 하는 경향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자살의 배후로 흔히 우울증이 거론된다. 우울증은 CRF 과잉으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는 해마신경회로를 손상하여 CRF 과잉을 초래, 이로 인하여 우울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반응(novelty reaction)에서 시작한다. 이와 같은 사항을 고려해 볼 때 그간 우리 민족이 겪어온 유사 이래의 변화는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율을 우울증으로 설명하는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우울증, 특히 주요우울증의 발생빈도상 우리나라가 유별나게 높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이후 사태를 보면 이제 스트레스도 세계화된 느낌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하다고 할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는 나라로 지목 되고 있다니 말이다. 따라서 우울증만으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울증 이외에 다른 어떤 현상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을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CRF는 우울증 외에도 조울증이나 섬망상태와 같이 신경의 흥분성이 증가해 있는 정신질환의 경우 높은 활성도를 보인다. 알콜, 담배, 통증, 노인과 청소년, 기타 자살 관련성이 보고된 여러 요인들도 CRF 과잉 및 신경 흥분성과 관련된다.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이 신경의 흥분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러한 신경흥분성을 조장할 수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성찰과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를 겪어 왔다. 변화는 곧 스트레스다. 변화를 완충할 만한 국가적인 지침이 부재한 상태에서 우리 사회는 스트레스 집단 과부하에 익숙한 채 1세기를 넘어 왔다. 1960년도 이후 경제구국이라는  구체적인 희망의 싹을 키워 내면서 의도적으로 신경의 흥분성을 조장하고 유지해왔다. 우리 나라 사람은 어딜 가도 악착같고 열심이라 한다. 감격할 줄 아는 국민이라 한다, “ 오 필승코리아”의 함성을 기억해보라, 이러한 면면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민국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힘이라 통찰하신 분의 말씀도 기억난다.

하지만 자살에 있어서는 다른 시각을 엿보게 된다.
한국 사람은 외국에 살아도 자살률이 높다고한다.
바쁘게 달려온 세월, 우리의 신경흥분성은 유전자 수준에서 변화가 와 버린 것은 아닌지..
변화가 빠르다는 것은 신경이 처리해야 할 신호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신경이 적절히 흥분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처리해야할 정보가 많아지면 신경은 흥분상태를 높혀 정보를 처리하려한다. 불행히도 신경이 흥분할 수 있는 정도는 한계가 있으며 정도를 벗어나면 집중력, 인내력,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충동적이고 산만하며 감정의 기복이 생기고 쉽게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신경흥분성과 신경 독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이 IMF이후 장기화된 사회 불안으로 무너지면서 높은 자살률이라는 사회 현상을 낳은 것은 아닌지. 현재 한국인의 높은 자살률은 신경흥분성으로 인한 조울증(충동성),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비관)의 병리가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제는 경제의 연착륙에 못지않게 정신적인 연착륙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 민족은 원래 “풀뿌리를 먹어도 이승이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인내력 강하고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사람들이다. 다소 감정적인 성향이 있으나 이 부분도 승화시킬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겐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변화의 속도를 완충할 수 있는 지혜, 사회 안전망, 사회 불안에 대한 다양한 해법이 절실하다.


정신과 의사로서 신경 흥분성이 문제가 되는 분들께 권하는 것이 있다. 할 수 있다면 일을 단순화할 것, 눈앞의 일에 집중할 것 , 너무 자책하지 않는 것. 멈추는 연습. 생활 리듬은 규칙적으로 , 그리고 자연에 가깝게. 요즘들어 좋은 징후들이 눈에 뜨인다. 자연식, 느린 삶, 치유 같은 단어가 자주 들린다.
조만간 우리사회가 한국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씻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연착륙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현클리닉 원장 /정신과 전문의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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