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정신과 홈페이지를 찾아주셔감사합니다.
 
 
작성일 : 09-09-15 14:19
우울증과 해마
 글쓴이 : 현클리닉
조회 : 7,126  
우울증과 해마

우울증은 현재에도 유병률 제3위의 질환으로 그 증가하는 속도 또한 점증하고 있어 2030년도에 이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질환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와 생물학적 특성이 제시되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인간의 광기에 대한 반성과 함께 프로이드, 융 등으로 대표되는 심층심리학적, 또는 현상학적 가설이 정신의학의 토대를 이루어 왔다고 한다면, 1950년도 후반에 성공한 삼환계 항우울제의 개발은 정신의학에 있어 생물학적인 이해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물질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우울증의 원인으로 물질의 변화가 거론되기 시작하였고, 연이어 우울증을 대상으로 시행된 다양한 생물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울증의 단가아민 가설 (monoamine hypothesis)

항우울제의 약리학적 기전이 단가아민의 상승과 관계가 있다는 데서 착안한 가설이다. 이론의 중심은 첫째, 시냅스에서 단가아민의 양이 감소하여 둘째, 이에 대한 시냅스후 수용체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우울증이 발생하고, 셋째, 항우울제는 이러한 변화를 되돌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의 단가아민 가설은 첫째, 전기충격 치료법이 확실한 항우울 효과에도 불구하고 시냅스후 수용체의 활성도를 높이며, 둘째, 시냅스후 수용체의 길항제나 단가아민을 상승시키는 마약류가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셋째, 단가아민 가설에 근거하여 디자인된 SSRI나 Remeron과 같은 항우울제가 기존 삼환계 항우울제에 비하여 항우울 효과가 우수하지 못하며, 넷째, 단가아민의 저하를 유발하는 항우울제가 등장하기도 함으로써 우울증의 병인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최근 학계의 경향으로는 항우울제 투여 후에 나타나는 단가아민의 재배치가 우울증의 치료기전이 아니라 적응의 결과라고 보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즉 단가아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가아민에 의해 작동되는 다음 단계의 반응(postsynaptic intracellular process)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하는 가설로 단가아민이 우울증의 병인과 관계가 깊은 특정 뇌 부위에 작용하여 cyclic AMP related element binding protein (CREP)과 같은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를 활성화 시키면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 등이 생성되어 병소를 회복시킴으로써 우울증이 호전된다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가설은 우울증의 원인을 뇌기능의 광범위한 조절인자(diffuse brain modulator)인 단가아민 화학반응으로, 즉 생화학적으로 이해하려던 관점에서 뇌의 특정 부위 이상으로 초점을 옮겨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울증의 생리호르몬 가설 (endocrine pathology)

해마(hippocampus)와 시상하부(hypothalamus)는 항우울제 투여 후 변화를 보이는 대표적인 뇌 부위이다.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해마의 세포 성장과 재생은 촉진되고 시상하부의 코티코트로핀분비호르몬(CRF, CRH) 신경의 과도한 활성상태가 조절된다. 시상하부는 식욕, 수면, 생식과 같은 사람의 기본 행동, 심장, 위장, 인슐린 분비 등을 관할하는 자율신경기능, 갑상선이나 성호르몬과 같은 내분비 기능, 항원-항체 반응을 비롯한 면역 기능 등 여러 가지 인체 기능의 총지휘자 역할을 하는 부위로 CRF 신경의 과도한 흥분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로 이어지는 호르몬 체계와 시상하부-뇌간 교감신경핵으로 연결되는 신경회로의 이상을 초래하여 우울증과 이에 동반된 다양한 신체 질환을 유발한다. 이처럼 우울증의 병인을 CRF로 이해하려는 것이 생리호르몬 가설의 핵심이며, 우울증의 현상을 CRF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Neuroendocrine systemic disorder라는 새로운 개념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해마는 시상하부 CRF 신경의 중추성 조절자 (suprahypothalamic modulator)로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cortisol 농도가 상승하여 손상을 받으면 그 결과로 CRF 신경의 조절이 더욱 장애를 받음으로써 우울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생리호르몬 가설과 스트레스-기질 이론을 각각 설명하고 연결하는 신경해부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해마는 첫째, 항우울제의 주요 작용 부위이고, 둘째, 코티졸에 의해 손상 받은 해마 신경은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 등으로 치료의 측면에서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울증과 해마

해마는 일생을 통해 새로운 세포의 성장(neurogenesis)이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 세포의 위축 또는 재생과 같은 변형 가능성(neuroplasticity)이 뇌의 어느 다른 부위보다 큰 부위이다. 해마는 정신분열병 환자와 그 가족, 노인성 치매, 외상후 신경증, 알코올 중독 환자 등에서도 각각 특징적인 변화를 보인다. 이중 우울증에서 해마의 변화가 최근에 와서 특히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우울증의 생리호르몬 가설과 스트레스-기질 이론을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관계에 대한 오래된 논란에 대해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산물이 아니라 병인”이라고 말한 점이다. 환경과 타고난 인자는 서로 맞물려 우울증이라는 현상을 나타내므로 우울증의 생물학적인 병인을 이해하거나 이에 근거한 치료를 할 때에도 환경, 즉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1990년도 후반 이후 뇌영상학적 연구방법의 발달로 해마의 모양을 검색하고 그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서 해마 연구는 우울증의 생물학적 연구에서 주요한 대상이 되어 왔다. 1990년 초반에 미국의 예일대와 듀크대의 연구진이 우울증 환자에서의 해마 용적에 대해 보고하기 시작하였으나 본격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된 것은 1996년에 워싱톤대의 Sheline 등이 PNAS에 “Hippocampal atrophy in recurrent major depression”을 발표하면서 부터이다. 연구 결과, 주요우울증 환자에서 해마의 용적이 우울증의 평생유병기간과 역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보고를 했는데 해마 용적의 측정방법과 연구 방법이 인정되어 이 영역에서 선구자로 거론되는 발표이다. Sheline 이후에도 Bremner 등이 우울증에서의 해마용적 감소를 재확인 하였고, 우울증에서의 해마용적 감소는 현재까지 비교적 일관성 있게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의 치료와 해마

우울증에서 보이는 해마의 변성은 CA3 pyramidal 신경세포의 apical dendrite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코티졸의 신경독성 작용(corticosteroid-induced hippocampal neuronal damage)에 기인하며, 신경흥분물질(EAA)과 세로토닌이 관여한다. 따라서 손상된 해마의 복원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을 치유하려는 시도는 아래와 같이 코티졸, 신경흥분물질, 세로토닌 등에 집중되고 있다. 첫째, 혈중 코티졸 농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부신절제술과 cyanoketone, ketoconazole, metyrapone, CRF 길항제 등의 투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CRF R1 길항제의 사용은 향후 정신약물학계의 새로운 혁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둘째, 신경흥분물질 길항제로는 Ca 채널 차단제, Na 채널 차단제, NMDA 수용체 길항제, benzodiazepine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로토닌 길항제로 해마의 CA3 pyramidal 신경세포의 apical dendrite 에 작용하는 SSRE와 같은 약제가 선택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한편 SSRI는 신경세포의 재생에 관여하기도 하며, 우울증에서 보이는 CA3 pyramidal 신경세포의 회복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우울증과 해마의 관계에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우울증에서 해마의 변성은 우울증의 생리호르몬 가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에 중추신경계의 CRF 신경 활성도에 따른 우울증의 아형분류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CRF 신경 활성도에 따른 우울증의 아형분류는 지면 관계상 언급을 생략하나 차후에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그 다음으로 우울증에서 보이는 해마의 손상은 어느 시기를 지나치면 비가역적인 변화를 초래하므로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심한 우울증 증상으로 치매와 비슷한 상태를 보였던 소위 가성치매 환자가 나중에 치매로 판명이 되었던 증례가 보고된 일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우울증 상태에서 혈중 코티졸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으로 4-5일만 지속되어도 CA3 해마 신경이 위축되어 환자는 인지 기능의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이 상태가 호전되거나 약물치료로 회복되지 못하면, CA3 해마 신경의 손상이 연속적으로 CA1 해마 신경의 손상을 초래하고 비가역적인 변화로 치닫게 된다. 문제는 CA1 해마 신경이 Alzheimer 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에서 주된 손상이 나타나는 부위라는 점이다. 인구의 노령화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건강한 노년”은 개인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학적 주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의료인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울증과 치매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해마는 인지, 감정, 행동 영역의 증상을 치료 대상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오랜 만남 후에도 여전히 신비로운 연인처럼 매력적인 대상이다.



                                                                                            현클리닉 원장/정신과 전문의 박현주
 

  본원 홈페이지 내용및 게시물을 무단복제시 저작권법에 저촉됩니다 .